2026. 9. 13.
제 22화. 그놈의 정무감각
대선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홍보수석실 행정관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저를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이런 봉사 영상들은 최대한 많은 매체들한테 뿌려야지, 지금 쥴리니 뭐니 영부인님 이미지도 안 좋은데 분위기 바꿀 자료구만! 너네는 영부인 모신다면서 그런 정무 감각도 없냐??
몰래 봉사는 국민들을 모르게 하는 거지, 우리 홍보팀까지 모르게 하면 어떡하냐 이 답답이들아!!”
그리곤 제 휴대폰을 낚아채 사진첩을 보며,
“어이쿠!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좋은 자료가 있네?
이렇게 자주 봉사활동을 가신 거야?”
“이거 무조건 내가 기사화할 테니 당장 영상 나한테 넘겨.” 그는 눈을 번뜩였습니다.
“영부인님.. 어떡해요..? 사진 넘기라고 난리에요..?”
“으그. 됐다고 해.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뭘 그래.
그리고 나는 대통령도 아닌데 이런 비공개 활동까지 뭣허러 기사를 내냐. 그러고 싶지 않아”
영부인님은 단호했습니다.
집중호우가 서울을 덮친 22년 여름이었습니다.
코바나 사무실도 천장이 무너져내리는 수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크로비스타가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피해가 더 심각했지요.
복구 생각에 눈앞이 막막한 분들이 많았을 때였습니다.
영부인님은 관악구 봉사단원 조끼를 입고 일반인으로 위장해 어느 할아버지 댁에 바닥에 가득 찬 물을 빼고 살림을 몰래 정리해 드리고 왔습니다.
그때까진 안경 쓴 영부인님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해서, 아마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할아버지는 그때 그 변기 닦던 봉사자가 김건희 영부인님 이란 걸 모르고 사실 것도 같습니다.
영부인님은
안 하면 안 했지, 하는 척 사진만 찍고 오는 건 싫어하시는 성격입니다.
특히나 자신을 내세우는 걸 낯간지러워 하셔서 그 행정관이 탐냈던 수많은 봉사 사진과 영상들은 그저 서랍 속 추억으로만 잠들어 있습니다.
*봉사활동 마무리하자며 정리하는 중에도
혼자 화장실 청소 삼매경 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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